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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4 00:46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무엇도 없다. 멋 있게 살아야 한다는 무엇도 없다. 다만 이 세상에 왔으니 무언가 할 뿐이다. 힘든 자들에게 자그마한 힘이 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풍류니 뭐니 하는 것도 나에겐 사치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날더러 한량이라 한다. 나는 다만 ‘진정한 나’를 만나러 나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뿐이다. 내면의 유랑객이다. 이 시대 진정한 김삿갓을 꿈꾼다.

자신의 얼굴과 신분을 삿갓 아래 감춘 김삿갓. 하지만 그는 삿갓 밑 세상을 시로 다그쳤다. 위선에 찬 현실을 풍자하고, 기방의 기생까지 고단한 인생들은 하심(下心)으로 품었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떠돌며 그 하찮음을 대변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비록 전국을 떠돌지는 못해도 내 주변의 보잘것없는 일상에 산야를 누비듯 눈길을 주고 싶다.

전남 순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양동식(61)씨. 그의 진료실 한켠에는 비밀스러운 방 하나가 있다. 김삿갓 관련 책들이 빼곡한 그만의 방이다. 2년여 강원에서 제주까지 누비고 다니다가 서울 어느 고서점에서 겨우 찾아낸, 1939년 학예사에서 출간한 김삿갓 시집도 끼여 있다. 러시아 도서관에서 찾아낸 한성도서 발행 김삿갓 시집은 이응수씨가 증보판으로 낸 책이다. 북한에서 1956년 이응수씨가 펴낸 ‘풍자시인 김삿갓’(평양국립출판사)도 있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내년엔 현대어로 번역한 김삿갓시집을 낼 예정이다. 김삿갓시집 원전 연구로 순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그의 연구 열정은 남다르다. 그는 작품 연구를 통해 김삿갓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김삿갓 시 ‘나는 청산을 마시노니(靑山倒水來)’를 좋아한다. ‘쥐코밥상/ 멀건 죽 그릇에/ 구름이 얼비치네// 주인이여/ 미안타 마오/ 나는 청산을 마시노니….’ 비록 얻어 먹는 처지지만 주인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청산을 닮았다.

양씨의 관심사는 끝간 데 없다. 보통사람들의 진실된 삶을 외로운 나무나 동물의 사진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 한 그루에 집 한 채가 놓인 사진 풍경은 현대판 세한도를 연상시킨다. 사우나장 창밖에 비친 비둘기도 그의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한겨울 해뜰 무렵 따사로운 햇살과 사우나 훈김에 몸을 녹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노숙자다. 아름다운 세상보다 삿갓 아래 이 시대의 고된 짐을 지고 있는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김삿갓이 그랬듯이.

멜론 껍질과 쓰레기 비닐봉투, 이쑤시개와 화장지로 바다에 떠 있는 배의 풍경을 연출해 찍기도 했다. 그는 그림도 그린다. 포도와 수박 껍질, 타버린 성냥개비, 도자기 조각, 소라 껍데기 등 버려지는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즉석에서 빈 소주병을 화폭에 옮기기도 한다. 남들이 안 찾아보는 것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알맹이 없는 그림이라 말한다. 지위와 명예에만 초점을 맞춰 그렇지 못한 이들을 쓸모없다 말하는 꼴이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운 것에만 눈길을 준다. 벌레 먹이가 되고 분해돼 거름이 되니 세상엔 못쓸 것이 없다. 그의 그림은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애착이다.

그는 술 한 잔 후 병뚜껑을 펴서 작은 새를 만든다. 가고 싶은 데 다 가보픈 꿈을 거기에 담는다. 그의 방에 줄지어 새들이 앉아 있다. 그가 그곳에서 플루트를 연주한다.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래 ‘잃어버린 계절’이다. ‘버드나무는 어디로 갔는가/ 물오른 가지 꺾어 필리리// 봄소식 전하던 동무들 다 어디로 가고/ 억새풀만 파란 언덕// 산비둘기 우는 소리에/ 온 산골짜기마다// 피는 진달래 홀로 봄날/ 홀로 봄날 봄날 저무는가’. 풀피리가 상징하듯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노래다. 간간이 모임에서 연주하면 사람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망년회 땐 그의 연주를 듣고 엉엉 울어버린 친구도 있었다. ‘순천시민의 노래’도 그가 작사했다. 원문기사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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